아침에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그러다 향긋한 커피를 한잔 마시면 흐렸던 머리 속이 맑아지는 것 같고, 좀 더 활기가 느껴진다.
누가 들으면 꼴값한다고 하겠지만 요즈음의 내 증상이다. 커피도 중독이라고 하더니 내가 커피에 중독된 것인가?

보통 하루에 두잔 정도의 커피를 마신다. 오전에 한잔, 오후 서너시 쯤에 또 한잔. 이게 기본이라는 것이다. 물론 더 마실 때도 있다.
오전에 마시는 커피는 ‘복용'이라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하루 3회 식후 30분 복용’할 때의 그 복용…
커피는 주로 빵집이나 커피가게에서 사 마신다. 빵집에서 사면 커피가게보다 가격이 조금 싸다. 작은 잔이 1유로에서 1유로 50센트. 스타벅스나 샌프란시스코 커피컴퍼니같은 곳은 물론 더 비싸다. 2유로 50센트정도.. 잔 크기를 비교하면 빵가게의 것이 훨씬 작다. 그래서 큰 잔에 마실 때는 빵집에서 먹으나 커피가게에서 먹으나 가격이 똑같다. 이렇다 보니 하루에 드는 커피값도 만만치 않다. 하루에 2유로 50센트정도… 스타벅스의 카푸치노나 아이스커피류가 먹고 싶은 날엔 평소의 두배 이상의 커피값이 든다.

분쇄된 커피는 수퍼마켓이나 치보 등에서 살 수 있다. 수퍼마켓 커피는 가격이 싼 대신 최소 포장단위가 500g이라서 유통기한이 지나 버리는 커피가 더 많다. 봉지를 열어 3일정도만 되면 향이 없어진 것을 느끼고, 일주일 되면 커피에서 쓴 맛만 느껴진다. 그래서 250g 부터 살 수 있는 치보를 많이 이용한다. 그 만큼을 사더라도 하루에 두세잔 마실 경우, 남은 커피를 아깝게 버리게 된다.

그래서 집에서 커피를 마실 땐 카피시모를 이용한다. 한잔 분량의 커피 가루가 캡슐형태로 되어 있어 커피를 뽑기에도 편리하고 버리게 되는 커피가 없어 좋다. 다만 캡슐 가격이 조금 비싼데, 원두를 사서 다 못 먹고 버리는 양을 감안하면 그리 비싼 것도 아닌 것 같다. 에스프레소를 그냥 마시기도 하고 스팀 노즐로 우유거품을 만들어 카푸치노나 카페라떼를 만들어 먹기도 하는데, 사실 좀 귀찮다. 그래서 에스프레소에 뜨거운 물을 섞어 아메리카노를 즐겨 마신다.

여러가지 커피 종류 중에서 에스프레소와 아메리카노를 가장 좋아한다. 에스프레소야 어느 커피숍에서든 마실 수 있지만 아메리카노는 미국식의 커피가게 아니면 찾을 수가 없다. 이곳의 커피숍에는 아메리카노는 물론 아이스커피도 없다. 예를 들어 아이스아메리카노, 아이스카페라테 등… 괴팅엔 살 때 커피숍에서 주문을 하면서 아이스커피가 있냐고 물었더니 있다길래 그걸로 달라고 했다. 그런데 잠시후 가져온 커피는… 미지근한 커피에 아이스크림이 한덩이 들어있었다.
그래서 아메리카노를 마시기 위해 스타벅스에 자주 간다. 다른 몇군데 비슷한 형식의 커피가게도 있지만 스타벅스가 가장 맛이 좋은 것 같다. 한국에 있을 땐 스타벅스에 그렇게 자주 가지 않았다. 대신 단골 커피가게가 있었다. 그 집의 주인장이 뽑아 주는 에스프레소는 참 맛이 좋았는데, 작년에 한국 갔을 때 가보니 장사를 그만둔 듯 했다.

커피를 좋아하고 이런 저런 종류의 콩으로 뽑은 커피를 많이 마셔봤다. 그런데 아직도 커피의 원산지나 콩의 종류 이런 류의 커피상식은 어렵다. 그냥 커피가 좋은 거다. 마시면 맛있고 기분 좋아지고… 그러면 나는 그만이다. 초빼이가 술의 대해 많이 알아서 초빼이인가?(내가 아는 한 초빼이는 술에 관한 상식이 전문가 수준이다. 그런 사람도 있다)
뭐든지 공부가 되면 머리 아파진다. 물론 이런 것들이 취미생활이 될 수는 있다.

괴팅엔의 그 커피가게. 이름이 가물가물한다. 커다란 잔에 부드러운 우유 거품과 함께 가득 담긴…그 집의 밀크커피(Milchkaffee)가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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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in : 일상/창고 at 2009. 8. 20.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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