뮌헨으로 이사 온지 세달이 다되어 간다.

전에 살던 괴팅엔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뮌헨… 늘 평온한 느낌의 그곳과 달리 여기 뮌헨은 대도시의 분주함이 느껴진다. 물론 우리나라의 대도시에 비하면 시골 수준이다.

내가 뮌헨으로 온 이유 중의 하나가… 괴팅엔의 답답함이었다. 섬과 같았다. 누구나 일상은 반복되기 마련이지만 그것을 벗어나고 싶을 때 내가 갈 곳을 찾기 힘들었다. 그리고 북부독일 특유의 단조로운 풍경… 한마디로 답답했다.
이렇게 얘기해 놓고 보니 괴팅엔이 사람 살 곳이 못 된다는 식으로 받아들일 수 있겠다. 물론 아니다. 괴팅엔만의 장점들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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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에 뮌헨은 일단 커서 좋다. 그래서 갈 곳이 많다. 다만 버스비, 지하철비 아낄려고 걸어 다니다 보니 다리가 아플 뿐이다.

그래도 간간이 예전에 살던 괴팅엔 생각이 난다. 그곳이 그립기도 하고 거기서 알고 지내던 형들, 친구도 생각이 난다.
정말 재밌게, 힘겨운 외국생활 중에 서로 의지하면 잘 지냈다. 주말이면 모여서 한국음식도 해서 나누어 먹고… 나에게 심적으로 많은 힘을 주었던 이들이다.

구글에서 괴팅엔이란 단어로 검색을 해보았더니 괴팅엔의 거리 풍경이 있는 인터넷 페이지를 찾을 수 있었다. 보면서 ‘이 건물은 어느 거리에 있던 것이지…’ 이러면서 재밌게 보았다.

http://www.raymond-faure.com/Goettingen/Goettingen_Strassen/goettingen-strassen-3.html

사진 중에 내가 독일에 맨 처음 와서 살던 집에 나와 있었다. 괴팅엔대학 다니는 학생이 살던 집인데 6개월 동안 카셀대학에서 공부하게 되어서 그 동안에 내가 살게 되었다. 재밌는 것은 이 집이 13세기에 지어졌다는 것이다. 정확하게는 1276년… (위 페이지의 맨 마지막 사진이다.)
건물 외벽에 ‘괴팅엔에서 가장 오래된 Fachwerkhaus’라고 적혀있다. Fachwerkhaus는 목골조 공법의 전통적 가옥양식을 말한다. 유럽의 오래된 집들을 보면 가로 세로로 큰 나무 기둥이 나와 있다. 전체적으로 나무로 뼈대를 만든 후에 벽돌이나 진흙으로 벽을 메우는 방식이다.

그 집에 살 때 누군가가 집 앞에서 사진을 찍는 경우가 있다. 관광객이다.
나름 유서있는 곳에서 사니까 좋을 것 같지만… 건물 내부는 처참하다. 우두컴컴하고 삐걱거리는 계단.. 언제나 먼지가 뽀얗게 앉아 있다. 금새라도 스크루지할아버지가 나올것 같은 분위기다. 집에서 세탁기를 돌리면 건물 전체가 흔들린다. 처음에는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이 집에서 이사를 나오고 난 뒤에도 시내에 가면 한번씩 쳐다보곤 했다. 구 시청 근처 시내 한복판에 있어서 이 집 옆을 지나칠 때가 많았다.
뮌헨으로 이사 올 무렵에는 1층의 보청기 가게 외에는 사람이 사는 것 같지가 않았다. 아마 건물을 수리하거나 다른 용도로 쓸 모양이다.

내가 이 집에 살면서 가장 좋았던 것은 지붕으로 난 창문으로 비가 오는 것을 쳐다보는 것이었다. 위의 사진 4층, 창문 열린 곳.. 사진에는 보이지 않지만 비스듬한 지붕에 작은 유리창문이 있었는데, 하늘을 향해 난 이 창을 통해  비 오는 모습을 보면서 빗소리를 들으면 왠지 기분이 좋아졌다.

열려진 창문으로 고개를 내밀고 왼쪽으로 쳐다보면 이런 모습이 보인다. 아래 사진 처럼..

Posted in : 독일/괴팅엔 at 2009. 8. 24.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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